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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Written byinnot

작성일 조회 207

가끔은 '나는 왜 이렇게까지 돈을 벌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이다. 나는 가끔 쓸데없을 정도로 '만약에'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치자. 그 사람의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의 환경이나 조건을 보고 평가한다면? ​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날 거라는 뜻도 아니고, 돈이 많은 집안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뜻도 아니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흘러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다음 상황까지 생각한다. 그 순간 우리 부모님의 현재만 평가받는 게 아니라, 평생 열심히 살아오신 과정까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나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엄마, 아빠는 조건 없이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정보회사만 봐도 사람을 여러 조건으로 나누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람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초라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나는 원래 큰 사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이 많아본 시절도 있었고, 세 번의 파산을 겪으며 정말 돈이 없어본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돈이 없다는 감정을 안다. ​ 젊었을 때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사실 돈을 빌리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혹시...'라는 말을 시작하는 그 몇 초가 아직도 기억난다. 거절당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순간에는 마치 내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악질 채무자가 된 것 같았고,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존재 자체가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 물론 지금 생각하면 빌려주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좌절감과 무력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예전에 버스를 잘못 탄 날이 있었다. 어릴 때 살던 동네 근처였다.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에게 화를 내며 통화하고 계셨다. "왜 이번 주말에도 이마트 안 데려다주냐." 짧은 통화였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그 할머니는 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더운 날씨에 이마트라도 가야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사실 차가 있는 사람이 데려다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 보니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나를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마음까지 가게 된 것 같았다. ​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돈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여가생활이라고는 이마트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이 전부인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 그날 잘못 탄 버스에서 본 그 장면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금 내가 돈 때문에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여전히 나는 돈을 원한다. 여전히 더 벌고 싶다. 그런데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그냥 돈이 갖고 싶었다면, 지금은 왜 돈을 벌고 싶은지 알 것 같다. ​ 우리 부모님이 어디에서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와 내 동생도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 ​ 생각해 보면 내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결국 '돈'이 아니었다. 나답게 살고 싶어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고,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고, 내 선택 앞에서 위축되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 앞으로도 나는 계속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 하는 사람으로 끝나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도 잘 챙기면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는 내가 바라는 삶에 가까워질 거라고 믿는다. ​ 따라서 나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삶에서 수단으로 하는 그런 삶으로 삶의 방향성을 수정했다. ​ 이런 글을 쓰다 보니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는 돈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만들어주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내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계속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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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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