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옥상에서 피카를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던 그 뒷모습, 나는 숨이 턱 막혔었다.
그날 이후 6개월. 나는 여전히 그녀 앞에서 제대로 말 한마디 못 하는 남자다. 190kg에 가까운 몸, 서른 넘도록 연애 한 번 못 해본 이 어색한 삶이 그녀 앞에만 서면 천 배로 무거워진다.
오늘은 회사 워크숍 날이었다. 버스 안에서 자리가 하나 남았는데, 하필 피카 옆자리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앉았다.
"저... 창문 좀 열어도 될까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창문을 열었다. 손이 떨려서 두 번이나 실패했다.
워크숍 장소는 강가 근처 펜션이었다. 저녁이 되자 팀별 게임이 시작됐고, 나는 하필 그녀와 같은 조가 되었다. 운명이라 생각했다.
게임은 '2인 3각 달리기'였다. 그녀의 손을 잡아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 손을 잡아본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저 무거워서 발 맞추기 힘드실 텐데... 죄송해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괜찮아요, 같이 하면 되죠"라고 답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셋째 걸음에서 발이 꼬였고, 나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강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도 함께 딸려 넘어질 뻔했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감싸안으며 대신 물에 빠졌다.
첨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온몸이 흠뻑 젖었다. 사람들이 놀라 달려왔다.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그녀가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확인했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겨우 일어섰다. 온몸이 젖어 무거웠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가벼운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누군가 "저 형님, 완전 몸으로 막았네!" 하고 놀렸다. 나는 창피했지만, 피카의 눈빛에 담긴 걱정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
그날 밤, 담요를 두르고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데 그녀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
"아까 정말 고마웠어요. 저 대신 물에 빠져주셔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선배는...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네요." 그녀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 한마디에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창밖을 보며 나는 다짐했다. 다음엔 반드시, 떨리는 목소리라도 좋으니 내 마음을 전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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