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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Written by곧서른
어릴 적 우리 동네는 아파트 하나 없는 동네였다. 빌라도 흔치 않았고, 다들 비슷하게 생긴 개인주택들만 늘어서 있었다. 잘 사는 친구라고 해봐야 마당에 잔디가 이쁘게 깔려 있고 대문이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하천 주변에 아파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파트가 하나둘 올라가 집에서 보이던 산의 절반이 가려졌을 때쯤, 우리 동네는 큰 도로를 경계로 기존 동네와 아파트 단지로 나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보며, 우리 집은 잘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친구들은 점심시간이면 담장을 넘어가 맛있는 걸 사 먹었고, 방과 후엔 피시방이며 영화관을 다녔다. 이전까지 친구들과 공놀이하고 물놀이하며 놀 땐 돈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놀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돈을 안 주신 건 아니었다. 어릴 때 전화선으로 수십만 원을 결제했던 일, 엄마 지갑에 손을 댔던 일이 떠올라 받는 게 미안했다. 그래도 돈이 없다고 스스로 불행하다 여기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돈'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대학에서 무슨 과를 갈지 정해야 했다. 학교야 성적에 맞춰 간다지만, 전공은 스스로 정해야 했다. 네이버에 '돈 많이 버는 직업 추천'이라고 검색하면 프로그래머가 나왔다. 그래, 평소에 게임을 좋아했으니 프로그래머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그땐 그랬다.) 그렇게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고, 다행히 적성에 맞았는지 별다른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전공과목 대부분을 A+로 받았다. 군대도 컴퓨터 관련 보직으로 지원해 그럭저럭 편하게 지내다 전역했다. 전역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그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나는 자취를 시작했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돈이 더 필요했다. 유튜브도 내 마음을 알았을까, 주식엔 관심도 없던 내게 미국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1년, 코로나 불장에 나는 미국 주식을 시작했고 한 달 만에 100만 원을 잃었다. 주식으로 돈 버는 걸 포기했을 때,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친구의 말이 들려왔다. 이미 미국 주식으로 100만 원도 잃었는데 50만 원쯤이야 한번 해볼 수 있지, 그렇게 코인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수업은 모두 화상수업이었으니 코인을 하기엔 완벽한 환경이었다. 별다른 전략 없이 느낌대로 사고팔고, 또 사고팔고… 한 달 만에 50만 원이 200만 원이 됐다. 그냥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두 달 만에 200만 원을 다 잃었다. 코인도 역시 아니구나. 주식이든 코인이든 살면서 절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느끼고 그만뒀다. 그런데 딸깍딸깍하면 몇만 원씩 벌리는 경험을 한 내가 알바를 할 수 있겠는가. 이미 나는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 만에 다시 코인에 손을 댔다. 이번엔 40만 원으로 시작했다. 신은 나를 버리지 않은 건가, 한 달 만에 40만 원이 300만 원이 됐다. 잃었던 경험이 도움이 된 걸까. 그 후로도 500만 원, 1300만 원, 3000만 원, 돈은 계속 커져갔다. 그렇게 40만 원으로 시작해 2021년이 끝날 때는 3000만 원이라는 돈이 손에 있었다. 3000만 원. 처음 가져보는 돈이었다. 2022년, 4학년이 되었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 준비에 바빴다. 그리고 나도 바빴다. 코인에 대해 아는 게 많아졌다. 락업이 뭔지, 상장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따리가 뭔지. 지금에서야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그때는 나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2022년도 그렇게 코인만 했다. 대학을 졸업했을 때는 2억이라는 돈이 있었다. 졸업한 나는 코인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4학년 때 캡스톤을 하며, 아, 나는 이제 취업하기엔 뒤처진 지 오래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래서 이제 코인을 진짜 일로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번처럼 돈을 다 날린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그동안 느낌으로만 해오던 개잡코 단타도 서서히 줄여갔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보내는 동안 잘못되면 어쩌지, 내 돈이 사라지는 거 아니야, 하는 두려움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던 따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23년, 24년, 25년… 그리고 26년 지금까지 따리만 해오고 있다. 돈도 벌 만큼 벌었다. 점심시간에 담장 넘어 밥버거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데이트할 돈이 없어서, 피시방에서 음식 하나 주문할 돈이 없어서 망설이던 나를 생각하면, 이제는 차고 넘치도록 돈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갖고 싶던 돈이 손에 들어왔는데도 마음은 그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밥버거 하나에 망설이던 아이는 이제 더 넓은 집을 올려다보고, 더 좋은 차를 곁눈질한다. 예전엔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부자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아파트 너머의 더 크고 비싼 아파트에 살아야 부자라 생각하고 있다. 채워지면 끝날 줄 알았던 마음은, 채워질수록 더 멀리 있는 걸 바라봤다. 여자친구가 놀러 가자고 하면, 나는 "아… 나 오늘 업비트 상장이 있어서…" 하고 말을 흐린다. 크라임이 터지고 해킹 코인 소식이 들리는 밤이면 화면 앞에 앉아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그렇게 건강을 깎아가면서까지. 돈이 없어서 놓쳤던 것들을, 지금은 돈 때문에 놓치고 있다. 데이트도, 잠도, 건강도. 돈이 없어도 불행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다 문득 멈춰 선다. 그때보다 훨씬 많은 걸 가진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해하고 있는 걸까. 일단 GRVT 포지션부터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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