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기대를 한다.
나 역시 타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 하면서도, 어느 날 문득 기대하는 사람이 된다.
기대를 내려놓으면 작은 호의에도 더 크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기대란 마음먹는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동안 사라진 듯하다가도 가까운 사람이 생기면 다시 조용히 자라났다.
연인에게도, 친구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그로 인해 마음 아프지 않을 수는 없을까.
내가 알던 사람이 더는 내가 알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가장 먼저 나의 눈을 의심했다.
‘나는 사람을 잘못 보는구나.’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성급한 판단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면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알았던 모습도 그 사람이었고, 뒤늦게 알게 된 모습 또한 그 사람이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일부를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알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과 다른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실망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받는다.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누구에게도 실망하지 않고, 내 마음도 다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면 필요한 것은 기대를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모습만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믿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기대하되 단정하지 않는 것.
마음을 주되, 내가 건넨 만큼 돌아오리라 계산하지 않는 것.
기대하지 않는 법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기대가 어긋났을 때 그것을 모두 나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는 법은, 조금씩 배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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