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 specimen
가장 서늘한 자위
이름 없이 남겨진 문장을 표본지처럼 조용히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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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아홉이다. 아직 누군가의 살결을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지나간 연애나 침대 위에서의 미숙했던 기억을 웃음거리로 소비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낄 수 없다. 내게는 추억할 미숙함조차 없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거지." 누군가 던진 건조한 위로에 그저 어색하게 웃어넘길 뿐이다.
첫 시작은 언제나 어설픈 기대를 품은 스마트폰 화면이었다. 데이팅 앱을 까고, 그나마 나아 보이는 사진을 골라 올리고, 결제를 했다. 상대의 프로필이 넘어갈 때마다 마음이 일렁였다. 이번에는 다를까.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고, 서로의 피부가 닿는 순간의 그 뜨거움을 나도 알 수 있을까.
하지만 관계는 언제나 첫 대화의 벽을 넘지 못하거나, 몇 번의 의미 없는 메시지 끝에 흐지부지되었다. 거절이 쌓일수록 빚어지는 건 자괴감이었다. 내가 매력 없는 사람이라는 증명이 매일 아침 알림창 위에 찍혔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감정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사실건 감각의 문제다. 타인의 체온을 모르는 몸은 점점 무뎌진다. 거리에서 손을 잡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볼 때, 나는 그들이 부러운 게 아니라 그들이 누리고 있는 그 '당연한 감각'에서 나만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에 서늘해진다. 내 방의 온도는 늘 차갑고, 이불은 지나치게 가볍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남아있었다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화면 속에서 가장 완벽한 몸들이 서로를 탐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화질의 화면 속 남녀는 거침없고, 지연이 없으며,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노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늘 밤도 소개팅 앱의 무응답 창을 닫았다. 마음 한구석이 짓눌린 듯 먹먹했다.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나는 익숙하게 시크릿 창을 열었다. 검색창에 늘 치던 단어를 적고, 아무 영상이나 클릭했다. 스피커로 새어 나오는 인위적인 신음과 연출된 흥분의 소리. 현실의 내가 단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세계가 모니터의 빛이 되어 어두운 방 안을 기괴하게 채웠다.
휴지를 한 장 뽑아 곁에 두었다.
손에 잡히는 내 살은 서글플 정도로 차가웠다. 화면 속의 자극에 반응해 가빠지는 숨 사이로, 내가 느끼는 건 살아있다는 생생함이 아니라 완벽한 고립이었다. 타인의 체온 대신 내 손의 기온에 의존해 마침내 욕망을 털어내는 순간, 밀려오는 것은 해소감이 아닌 지독한 허무다.
휴지통에 구겨진 휴지를 던져 넣었다. 모니터의 불을 끄자 방 안은 다시 완전한 침묵 속에 잠겼다.
내일도 누군가는 진짜 온기를 나누고, 나는 또다시 파란 빛이 도는 화면 앞에서 혼자만의 사정을 끝낼 것이다. 휴대전화 진동이 울리지 않는 밤, 나는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서늘한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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